내 생각들

용서받은 우리의 "원죄"

메롱씨티 배드맨 2011. 5. 29. 03:00

 

어느 마을 양반집에서 같은 날 두명의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한 아이는 이 양반집의 아이였으며 다른 한 아이는 그 집 노비의 아이였습니다.

양반집 아이는 온 집안과 온 동네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노비의 아이는 아무도 그 아이에게 관심이 없었기에 태어났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양반의 아이는 자라면서 주위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공부도 하고 때로는 좋은 곳으로 소풍도 가며 즐겁게 지냈습니다.

노비의 아이는 걷고 말을 하게 되면서부터 집안의 잔심부름을 도와야 했습니다.

 

아비를 따라 나무를 하러 가기도 하고 농사일을 도우기도 하고 양반집 주인 마님의 심부름도 하면서 자랐습니다.

 이 아이는 노비 부부와 주위 사람들로부터 “노비답게 주인에게 순종하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 세뇌가 되도록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어느 날 이 노비의 아이는 양반집 아이가 부러워졌습니다.

노비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거부하고 양반집 아이와 같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틈 나는대로 열심히 서책도 보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양반집의 두 아이들도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양반집의 이 귀한 아이는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고 제멋대로의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과거시험을 봐야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제대로 공부를 마무리 한적도 없고, 공부를 핑계로 여기저기 놀러 다니며 술과 노래로 흥청망청 지내게 되었습니다.

양반집 부모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 였습니다.

어떻게든 이 아이가 잘 되기를 바랐지만, 부모의 말을 듣지도 않고 그저 지금 놀고 싶고 하고 싶은데 

로만 하고 더군다나 술에 취해 동네사람들까지 괴롭히고 있어서 동네사람들에게도 미안했습니다.

 양반집 아이가 그렇게 흥청망청하는 동안 노비의 아이는 부지런히 집안일도 하면서 틈틈히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양반집 아이가 공부하기 싫다며 던져주는 서책을 받아 열심히 공부하여 양반집 아이의 수준을 한참이나 멀리 따돌려 버렸습니다.

 양반집 주인은 이 아이가 글도 잘 알고 공부도 잘하자 집안의 어려운 일들을 많이 맡기게 되었습니다.

 그때마다 이 노비의 아이는 맡겨진 일들을 척척 해내어 주인의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주인은 저 아이가 자신의 아이였으면 하는 마음까지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드디어 과거시험의 방이 붙었습니다.

 

 

 흥청망청하며 도저히 가망 없는 이 양반집 아이도 어찌됐든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노비의 자식은 지식의 수준이 한참 높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시험을 보러 갈 수 없었습니다.

 자신은 노비였기 때문입니다.

이 노비의 아이는 좌절했습니다.

 

"내가 무슨 죄가 있는가?

 내가 뭘 어쨌다고 내게 이런 짐을 져야 하는가?

 똑같은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밖으로 나오는 그 순간부터 누구는 한없이 사랑 받고 누구는 멸시와 천대를 받는 걸까?

 내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일해도 나는 결국 노비에 불구하구나..

 일 잘하고 똑똑한 노비...."

 

이 노비의 아이는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것, 내가 잘못을 했건 아니건 상관없이, 또 스스로는 절대 벗어 버릴 수 없는 굴레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이 동네에 임금님의 행차가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동네의 유지였던 양반은 임금님의 행차를 모시러 가게 되었습니다.

 양반은 자신을 도와주도록 노비의 자식도 함께 데리고 갔습니다.

 임금님은 그 양반의 수행을 받으며 행차하다가 이 노비를 보았습니다.

 임금님은 자신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는 이 노비를 불쌍히 여겨 그에게 노비의 신분을 벗고 자유롭게 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껏 평생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노비의 멍에가 벗겨지는 순간 이였습니다.

 임금님의 그 권위의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벗어나게 하였습니다.

 

자유인이 된 이 노비의 아이는 그 기쁨을 간직한 채 밤에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이 되어 노비는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세수를 하고 마당을 쓸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심부름을 위해 마님이 부르 는 소리에 대답하며 달려갔습니다.

 그렇게 자유인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또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렇게 보냈습니다.

 그 노비는 자유인이 되었지만, 그의 생활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왜냐면, 평생을 노비의 삶을 살아온 그가 아는 것이라곤 노비의 삶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문을 박차고 그 집밖으로 나가 새롭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야 했지만, 자기가 전혀 겪어 본적 없는 집밖의 자유로운 삶이 두려웠습니다.

그는 자유인이 되었지만, 계속 노비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원죄" 란 바로 우리의 신분입니다. 우리가 지은 죄도 아니지만 우리가 우리 힘으로 그 죄를 털어 버릴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권위 있는 자 즉 구세주가 필요합니다. 예수님이 우리의 그 불쌍한 삶을 해방시켜주시는 구세주이십니다.

그러나 해방되었다고 다 그것을 누리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문을 박차가 나갈 수 있는 용기 있는 자만이 주님이 주신 새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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