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작업중...
쓸쓸함만이 남겨진 사막 한가운데서 난 그 아저씨를 만났다.
모래에 박혀 창자를 다 들어내고 있는 우편비행기 아래서 땀을 뻘뻘흘리며 뭔가를 만지고 있었다.
"아저씨! 양 한 마리만 그려주세요!"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 나의 느닷없는 등장에 상당히 당황해하셨다.
"뭐? 뭐라고?"
"양 한 마리 그려주세요!"
한동안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엉금 엉금 기어나와 손을 털었다.
내가 내민 종이와 연필을 힐끔 쳐다보고는 염소 같은 양을 그려주는 것이다.
"아저씨! 이건 양이 아니고 염소예요!"
"양은 이렇지 않단 말이예요!"
나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아마도 대충 그렸나보다.
아저씨는 다시 양를 그렸다, 나의 눈썰미가 정확히 들어맞았는지 아저씨는 건강하고 귀여워 보이는 양 한마리를 그려주었다.
몇일 전 그곳을 떠나왔을땐, 나는 희망에 부풀어있었다.
나도 나의 이상형을 만날수 있을것 같았다.
참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아가씨를 만났다.
그 아가씨는 아름다운 정원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그 아가씨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정원을 거닐었다.
나는 그 아가씨가 정원을 얼마나 열심히 가꾸었는지 또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지 알게되었다.
그러나 그 아가씨는 자신의 힘으로는 정원을 완성할 수 없었다.
왜냐면 그 정원에 어울리는 한쌍의 원앙같은 부부가 없었기 때문이였다.
그 아가씨는 그 정원에 걸맞는 원앙이 되어줄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곳을 떠났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진흙탕이 되어버린 길을 걷다가 어느 허름한 판자집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어느 아주머니가 나를 받아주었다.
젖은 옷을 말리고 비가 그칠때까지 그곳에서 머물렀다.
아주머니는 누군가를 기다린다고 했다.
그 사람은 어느 머나먼 나라에서 자신을 찾아 열심히 오는 중이라 했다.
그 사람이 오면 자신을 화창한 언덕에 그늘이 생기는 느티나무가 있고 여린 미풍이 풍차를 돌리는 마을의 멋진 궁궐 같은 집으로 데려갈거라 했다.
그 사람은 그 아주머니와 적당히 나이마져 어울리는 젋은 사람이라고 했다.
알고보니 그리 나이가 많지 않았다, 노처녀인가 보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보았다.
자신도 아직은 누군지 모른다고 했다..
비가 그쳤다.
나는 그곳을 떠났다.
넒은 들판에 들어섰다.
한참을 걷다보니 온갖 예쁜꽃들이 환하게 피어있는 꽃밭을 발견했다.
나도 왠지 괜히 기분 좋아지는 곳 이였다.
"꽃들아 나하고 놀자!"
나도 모르게 꽃들에게 외쳤다.
꽃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너는 누구니?"
나는 꽃들에게 내가 지나왔던 곳을 얘기해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해가 저물어졌다.
꽃들은 모두 봉우리속으로 숨어버렸다.
내 꽃처럼 말이다.
꽃, 한송이가 있다.
나는 매일 이 꽃에다 아침 저녁으로 조로에 1/4의 물을 준다.
그리고 12시 넘어가면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기 위해 좌우로 구멍이 뚫린 뚜껑을 덮어준다.
그리고 나면 아주 늦은 기상을 한다.
그때부턴 이 꽃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내게 자랑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이 꽃은 너무 자존심이 강해서 스스로 내게 나에 대한 것을 물어보는적이 없다.
그날 아침은 매일 1/4씩 주던 조로의 물을 모두 부어주었다.
그리고는 12시가 되기엔 아주 일렀지만 뚜껑을 덮어주었다.
이 꽃은 아마, 오늘은 어느때 보다도 일찍 일어난듯 싶지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해가 떠오르자.
나는 그곳을 떠났다.
들판의 꽃밭을 떠나 나무가 울창한 숲속에 들어섰다.
깡총깡총 뛰어가는 윤기가 가득한 털을 가진 여우를 만났다.
"여우야! 여우야! 나랑 친구하자!!"
"왜?"
나의 질문에 여우가 되물어온다..
"음! 그건 모르겠네.. 그래도 우리 친구하자!"
여우가 곰곰히 생각하는듯 하다.
"친구가 된다는 것은 말이야!
뭔가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지,
그것은 말이야 아무것도 없는것이 아니야!
그것은 말이야! 서로에 대해 뭔가를 갖는 것이지!
넓은 도시의 수많은 사람속에서 아무 의미 없는 많은 사람속에 의미있는 한 사람을 갖는다는 것과 같아!"
나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맞아! 넓은 들판에 피어있는 그 예쁘고 섹시한 꽃들은 나와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에 나는 그 꽃들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 거야!!"
"그렇지!!"
여우가 다시 말을 이어간다.
"관계를 갖는다는 것 그것이 중요한거야!
아무리 사람이 많다 한들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그건 다지 숫자에 불과하지!"
처음 떠나왔을때, 사막에서 만난 보아뱀이 내게 말했다.
"이봐 친구!, 혹시라도 다시 집에 돌아가고 싶거든 내게 오라고"
여우와의 대화속에서 나는 보아뱀이 떠올랐다.
나는 그곳을 떠났다.
사막까지 오는 동안 나는 생각했다.
'내가 그냥 이렇게 돌아간다면, 내꽃은 나를 뭘로볼까?
분명히 자기가 보고싶은 마음을 못견뎌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하겠지!
그리고는 그렇지 않아도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꽃이 이젠 저 달나라까지 치솟겠지..!'
들판의 꽃과 다르게 오직 나에게만 의미있는 꽃이라지만..
"이건, 아니야!"...
나는 비행사에게로 갔다.
비행사가 그려준 양은 내꽃보다 훨씬 섹시하고 멋지다 ㅋㅋㅋ
이양을 데려간다면 그 질투심을 어찌막으리오 ㅋㅋㅋ
그 양을 데리고 보아뱀에게로 가는 그길은 통쾌함의 연속이였다 ㅋㅋㅋ
'아차~'
'그런데 양은 풀을 뜯어먹고 살잖아!!'
'이럴수가! 그럼 이 양이 내꽃을 뜯어먹어버리면....'
나는 다시 그 비행사에게로 돌아갔다.
"아저씨! 양 목에 줄을해서 말뚝에 묶어주세요!"
아저씨가 이젠 좀 귀찮아진듯했다.
"아왜?~"
"양을 함부로 돌아다니면서 내꽃을 뜯어먹어버릴거 같아요!"
아저씨는 양의 목에 줄을 걸어주었다.
'휴! 다행이다.. '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시 보아뱀에게로 향했다.
'그런데, 줄이 영 부실한데.. 이렇게 줄이 부실해서야, 이 튼튼한 양이 줄을 끊고 뛰쳐나와버리면 어떡하지..'
나는 다시 걱정이 되었다.
나는 다시 그 비행사에게로 돌아갔다.
"아저씨! 자꾸 귀찮게해서 죄송한데요, 이줄이 너무 약해보여요 줄말고, 울타리를 쳐주세요!"
이젠 그 아저씨의 눈빛이 옆으로 쳐다본다..ㅡㅡ;;
역시!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줄을 빼고 울타리를 쳐주셨다.
그러나 나는 다시 돌아와야했다.
왜냐면 울타리가 너무 낮아서 그 양이 울타리를 뛰어넘어, 내 꽃을 먹어버릴것 같았다.
"아저씨! 이왕 그려주신김에 한번만 더 그려주세요!"
"아! 이번엔 또 뭐?~"
드디어 아저씨의 분노가 터지고야 말았다.
"그게 아니구요!!"
"울타리가 너무 낮아서 양이 뛰어넘어갈 것 같아요!"
"그래? 그럼 도저히 넘을수 없는 울타리를 그려주지!"
아저씨는 박스를 그려주셨다.
'역시! 아저씨는 똑똑하다. 박스안에 있는 양은 절대 밖으로 뛰쳐나와 내꽃을 뜯어먹지 못 할 것이다.'
...............
보아뱀이 나를 집으로 데려다주려고 했다.
...............
아저씨가 헐래벌떡 뛰어오셨다.
"아! 아저씨 왠일이세요?"
아저씨의 눈에 눈물이 고여 사막에 쓰러져있는 내게 말씀하셨다.
"이봐! 왜 그러는거야? 내가 양, 더많이 그려줄테니, 정신차려! 응!"
아저씨가 날 걱정해주시는가 보다.
"^^ 아저씨! 이젠 양 안그려주세요되요! 내꽃을 먹어버릴까봐 걱정되어서 박스에 담아놓는다면 그 양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리고, 아까 이리로 오다가 깨달은건데요, 저한테 양은 필요없어요!."
"제가 어리석었죠! 양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제게는 내꽃이 있는데요."
"내 꽃이 콧대가 높고, 내게 신경 써주지 않는더래도, 저는 제꽃만 있으면 되요!"
"아저씨! 저는 제 꽃에게로 돌아가는거예요! 안녕히계세요!"
나는 그곳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