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역사

뒤늦게 "명량"을 보고 한숨이...

메롱씨티 배드맨 2015. 9. 30. 13:40

"명량" 성공한 영화이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고증이라든지 실제 전장 묘사들에 있어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비단 "명량"뿐이 아니다, 대부분의 전쟁 사극들이 비슷한 비판을 받는다.

고증의 부실함은 이젠 너무나 당연해져서 고증쯤이야 이제는 그냥 넘어가주기도 한다.

헐리우드의 전쟁 영화들은 그럼 고증의 문제가 없나?

대체로 없다, 고증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다르다고 보이고, 자료와 기반 고증물도 많기에 더욱더 그렇다.


고증이 중요한 이유는 그 시대, 그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키가 바로 고증이기 때문이다. 

장군이나 지휘관이 쓰는 투구가 중요한 이유는 주변의 병사들이 지휘관이 어디에 있는지 빠른 확인을 할 수 있어야 신속한 명령 전달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머스킷 소총의 고증이 잘 되어 있어야 왜 라인베틀을 벌였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증을 통해 전술이 이해가 되고, 그 전술이 이해가 되야 그 전투의 목적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좌-스페인의 전쟁 영화, 이 영화의 전투장면에서는 스페인의 전투 대형인 테르시오의 전투 방식이 잘 묘사되어 있다.

  우-일반적인 한국의 전쟁 사극 어디 듣도보고 못한 갑옷에 심지어 투구를 당연하다는 듯이 안 쓰고 나온다.

      동서를 막론하고 전투시에 투구의 모양이 가장 중요해서 투구를 통해 지휘관을 구별하는데, 아예 그냥 무시.... > 




"명량"과 같은 한국 전쟁 사극은 고증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 시대의 전쟁관, 해당 전투의 목적 의식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게 진짜 문제다. 

 전투 목적의식까지 이해하고 있는 감독이였다면 분명히 고증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했을 것이지만, 정작 필요한 고증보다는 영상미를 위한 작업에만 치중한 듯 하다.



예전 김명민이 주연한 사극 "불멸의 이순신"에도 역시 똑같은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전쟁 사극의 관점은 "처철함", "닥치고 돌격" 만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과거 일본 제국군의 전쟁 의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자료도 없고 유물도 거의 없는 (고)조선 시대의 전쟁도 아닌, 

자료가 방대하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순신 장군에 대한 고증 역시도 어이없을 정도로 성의 없는 고증으로 보는 사람을 허탈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명량에선 이순신 장군의 무엇을 표현해야 진짜 표현이 되는 것일까?

이순신 장군이 전쟁을 바로보는 관점, 전쟁의 목적과 그에 따른 전쟁 수행 방식, 즉 전략과 전술을 묘사해야만 이순신 장군의 진정한 가치를 바라볼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의 전쟁관은 정말 FM적이고 상식적이며 정상적이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역사속에서 이런 정상적인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전쟁의 상식, 


1.적보다 많은 병력으로 적을 상대한다.

2.적보다 많은 화력으로 적을 상대한다.

3.적보다 유리한 지형에서 적을 상대한다.

4.불리한 지형, 병력의 열세, 화력이 열세일 경우 전투를 회피한다.

5.적은 적의 불리함을 안고도 전투를 결심하도록 상황을 조성한다.


너무나 당연한 전쟁 상식을 구현함이 그의 전투철학이다.

23전 23승은 위의 그의 전투 철학을 투영해서 본다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이순신 장군이 판단한 조선수군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강점 


1.전투선이 더 단단하고, 크다.

2.화력이 월등이 우세하다.


약점


1.근접전, 특히 육박전에 취약하다.

2.속도가 느리다.

3.전체적인 규모(배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열세다.


위 강점과 약점을 조합하면 그게 바로 이순신 장군의 전술이 된다.


1.화포를 동원한 장거리 전투

2.속도가 빠르고 크기가 작은 적선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한

  (만과 같이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이 제한되는 지형에서 한쪽을 틀어막거나, 해류의 역방향으로 반포위 후 장거리 사격)

3.근접전은 회피하지만 근접전이 벌어질 경우 근접한 적이 아군배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수류탄과 대형검으로 저지

4.적을 찾아가기 보다는 적이 찾아오도록 유인


1번 전술, 이순신 장군의 모든 전투의 기본 전술, 

다른 조선 장수들도 화포를 운용하기는 했지만, 화포를 주력 무기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화포로 적을 어느 정도 제압하고 적선에 올라타 남은 적을 제압하는 식으로 활용했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의 수군에 비해 화포의 수량이 크게 떨이지고 포수의 질적 자질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2번 전술, 한산도 대첩과 같이 해류를 타고 빠른 속도로 통과하려는 적선을 학익진의 반포위 전술로 적선이 좁은 지역에 꼼짝못하게 포위해 놓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화포로 대충쏴도 아무배나 맞도록 적을 바짝 붙여두는 전술이다.

임란 초기 조선수군은 만으로 왜선이 들어가기를 기다렸다가 적이 완전히 들어가면 만의 바깥쪽에서 부터 서서히 만 안쪽으로 몰아간다. 

속도가 빠른 왜선이 만 바깥쪽으로 도망가지 못하고 결국 배를 버리고 육지로 도망간다.


3번 전술, 명량전투와 같은 경우는 이순신 장군의 평소 전술이 아니다.

그렇지만, 위기의 순간에 어쩔수 없이 닥치게 된 그 전투에서 폭탄가방들을 접근한 적선에 투척하여 적선을 파괴시킨다.

명량이란 영화에서 처럼 왜군이 아군 배안으로 침임하지 못했다.

(꼭 칼 싸움을 해야 전쟁 사극이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마인드, 게다가 장군이 칼 사움 할 정도라면 그 전투는 패배한거다.)


4번 전술, 한산도 대첩처럼 왜군은 본인들이 불리함에도 결국 싸움터로 나왔다.

불리한 싸움을 회피할 수 없을 정도로 절박했고, 적에게 이길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고, 왜군은 그 미끼를 물었다.

한산도 대첩을 묘사할땐 그 당시의 전쟁 상황을 보여줘야 된다.

와끼자까가 패배가 확실한 전투에 왜 나섰는지 그 당시의 전쟁상황이 묘사가 되어야 와끼자까의 판단이 이해가 되고, 이를 역이용한 이순신 장군의 전략도 보이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칭기스칸의 군대로 그렇지만, 후퇴를 잘하는 군대가 진짜 훈련이 잘된 부대다.

후퇴와 도주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엔 "닥치고 돌격"만이 전쟁이라 생각한다.



전쟁은 치고받기 주먹질이 아니다.

이제는 전쟁사극도 전쟁을 묘사해야 하지 않을까?

전쟁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한다면 그 위인의 제대로 된 가치를 확인할 길이 없어진다.

전쟁으로 영웅이 된 사람은 전쟁을 통해 그를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