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람들이 우리나라 식당에서 놀라는것 중 하나가 추가 요금없이 무한 리필이 되는 점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반찬 하나를 추가할때마다 추가 요금을 받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반찬은 기본이고 밥도 추가로 주는 가게도 많다.
왜 이럴까?
근본적인 이유로는 "식당이란 무엇이냐?", 즉 식당에서 파는 것에 대한 정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의 식당은 "음식을 파는 곳"이다,
한국의 식당은 "식사를 파는 곳"이다.
식사를 위해 음식을 사 먹는 곳이기 때문에 파는 각 음식에 대해 값을 받는 것이고, 식사를 파는 곳이기 때문에 만족한 식사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음식도 식사에 포함되는 것이다.
한국의 식당에 가면 한끼의 식사가 해결되지만, 일본에선 식사를 위해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연히 바쁜 일정이 딱 끝나는 날짜에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다.
완구를 수입하는 무역업체에서 의뢰한 일로 직수입 및 모방품과 자신들의 수입품을 구별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였다.
IT나 개발 관련된 처리를 전혀 접해본 적이 없는 곳으로 일반적인 IT업체에 개발을 의뢰했다가 어마어마한 가격에 놀라서 이렇게 저렇게 아는 사람을 통해 나에게 연락이 되었다.
무역업체의 담당자는 이렇게 하려고 한다 라고 결론만을 이야기해 준다.
그러면 나는 그걸 하기 위해 이런저런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럼 그쪽에선 고민한다.
"추가 비용이 들까요?"
다시 이런저런 내용을 이야기 하다가, 내가 "그럼 이건 필요없겠군요!"라고 하면
"그럼 비용이 줄어드나요?"
경험이 없고, 자신이 잘 모르기 때문에 비용문제에 매우 애민하게 반응한다.
"추가되거나 감소되는 부분에 대해서 신경쓰지 마세요!
파일 하나에 얼마, 소스 라인당 얼마! 이런식으로 계산하는게 아니라, 당신의 회사에서 하고자 하는 그 일에 대한 해결책을 IT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그래서 이 해결책에 대해서 비용을 받겠습니다.
개발이 진행되다가도 제 나름대로 필요하다면 더 개발할 것이고, 필요없다면 생략하겠습니다."
그제서야 마음의 짐을 던 담당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업체와 이야기하다보면 여지없이 항상 깨닫게 되는 거지만, 상대방은 항상 결론만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선행과정은 상상도 안 해본다.
그래서 이 해결책을 찾아주려다 보면 그 과정속에서 담당자들도 자신의 업무를 다시 알게되는 재 각성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밤새고...
그리고 그 회사가 번창하면 할수록 자기네 시스템을 알고 있는 내게 다시 연락이 온다.
지금은 한가지 상품만을 적용했지만, 그 회사에서 팔고있는 상품이 수백가지가 넘는다는데, 아마도 최소한 일년에 한번씩은 연락이 오지 않을까...
<프로그래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후아유">
개발자중에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만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프로그램을 왜 만드는가?, 그 프로그램으로 뭘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고난위도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던지, 아니면 아주 신속하게 개발했다던지
프로그램 코딩을 누가 보더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깔끔하게 했다던지에 신경을 쓴다.
고난위도던지 신속하게 했던지 그게 뭔 상관이냐?
그 프로그램의 소스를 누가 들여다 본다고 코딩을 깔끔하게 하는것에 신경을 쓰는지..
상대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자기만족만을 위해 앉아있다.
상대의 Needs를 해결해주는 Solution이 되지 못하면 아무리 잘 짜고, 잘 만든 프로그램도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고 만다.
그런데 그 Needs는 식당에서의 메뉴처럼 정확하고 확실하지 않다.
언제나 추상적이며 애매모호하고 안개속에서 목소리만 메아리 치고 있다.
그래도 자꾸 들으려고 해야하고 물어야 하고 안을 제시해줘야 하는데, 귀찮아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만 하려고 한다.
과도한 주인의식은 자기가 만들었으니 자기꺼라 여기고 정작 고객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한다.
개발자들도 식당이나 마찬가지다.
식당의 청결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단 먹는 손님의 입에 맛있어야 하고
손님이 먹고 싶은걸 먹도록 해야지 자기가 팔고 싶은걸 강요해선 안되는 것이다.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니라 식사를 파는 식당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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