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들

어둠 #1

메롱씨티 배드맨 2011. 8. 16. 12:30

문학을 사랑했던 학창시절 예이츠의 시 역시 좋아했었다.

 

"술은 입으로 들고

 사랑은 눈으로 드네

 우리가 늙어 죽기전에 알아야 할 진실은 이것 뿐,

 나는 잔을 들며 그대 바라보고 한숨 짓는다."

 

라는 이 짧은 "술 노래"는 고딩이였던 내게 술을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이 시가 언제 작성된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아마도 그가 사랑했던 여인인 "모로 곤"으로 부터 그의 사랑이 거절 당한 이후에 작성되지 않았을까?

 

모로 곤은 독립투사였으며, 훌륭한 문학가였던 예이츠를 존경하고 따랐다고 한다.

그러나 사랑하지는 않았나 보다.

존경과 사랑의 눈빛은 비슷해 보이나 그 속은 완전히 다른것인가 보다.

모로 곤은 또 다른 독립투사였던 아일랜드 군인과 결혼했으나 그의 남편은 영국에 잡혀 사형당하고 만다.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아일랜드의 종교분쟁은 카톨릭의 전통을 가진 아일랜드인이면서 개신교도 였던 예이츠를 궁지로 몰아갔다.

정작 아일랜드의 독립을 갈망하던 독립운동가이던 예이츠는 영국보단 자신의 고향인 아일랜드에서 더 외로웠을 것이다.

 

"지금은 소녀시대"의 윤아가 광고하는 화장품 이니스프리

 

 

화장품 브랜드명인 "이니스프리"는 예이츠의 시 에서 영감을 받지 않았을까?

깨끗한 아일랜드의 호수와 그 안에 단아하게 떠 있는 배와 같은 섬의 이미지, 근데 정작 광고에는 호수도 섬도 안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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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스프리의 호수섬

 

 

일어나 지금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가지 얽고 진흙 발라 조그만 초가 지어

아홉 이랑 콩밭 일구어, 꿀벌 치면서

벌들 잉잉 우는 숲에 나 홀로 살리

거기 평화 깃들어, 고요히 날개 펴고

귀뚜라미 우는 아침 놀 타고 평화는 오리

밤중조차 환하고, 낮엔 보랏빛 어리는 곳

저녁에는 방울새 날개 소리 들리는 거기

 

일어나 지금 가리, 밤에나 또 낮에나

호수물 찰랑이는 그윽한 소리 듣노라

맨길에서도, 회색 포장길에 선 동안에도

가슴에 사무치는 물결 소리 듣노라

 

By William Butler Ye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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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스프리 섬은 예이츠의 고향에 있는 로크길 호수에 있는 아주 작은 섬이다.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곳, 그리고 돌아가면 그대로 자기를 맞아줄 것 같은 곳, 

예이츠가 지치고 외로울때 되돌아가고 싶을때의 이미지가 아마도 이니스프리 섬이였을 것이다.

 

 

나는 밝음보단 어두움을 더 좋아한다.

어두움은 도망치고 싶을때 그 속에 숨을 수 있고, 앉길 수 있다.

어둠은 빛이 아주 없는 상태가 아니라서, 작은 빛이라도 더 빛나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지치고 외로울때면 마음속에선 이상향인 이니스프리가 떠오르겠지만, 

지금 당장 보듬어주는 것은 어둠이다.

그리고 어둠속에선 밝은 빛을 피해 잠들었던 다른 감각들이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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