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식 혈액형은 세포를 자신의 것으로 또는 그 사람에게 속한 것으로 확인하는 세포표면 표식인자(cell surface marker)에 의해 결정된다.
이 세포표면 표식인자들은 특정한 당의 배열이 추가로 더 붙어있는 단백질이나 지질에 의해서 특성이 부여된다.
A, B, O형은 모두 동일한 당 배열로 구성되어 있으며, A형은 이 기본 당 배열에 엔아세틸갈락코사민이 추가되어 있으며, B형은 갈락토오스가 추가되어 있다.
이런 당의 배열은 외부항원들을 인식하여 파괴하는 항체들을 만들어내는 면역반응을 자극할 수 있는 항원의 한 부분이다.
A형 혈액형은 항원 B에 노출될때 항체 B를 만들어내고, B형 혈액형은 항원 A에 노출될때 항체 A를 만들어내며, AB형 혈액형은 양쪽 항원을 모두 자신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어떠한 항체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혈액형 O형은 항원 A,B 둘 다 없기 때문에 항체 A,B를 모두 만들어낸다.
그러나 모든 생물이 그렇듯이 혈액형 또한 끊임없이 변이를 생성해내고 있다.
일설에는 O형 혈액형은 A형 혈액형의 돌연변이라고도 한다.
이런 변이는 글라이코실트랜스퍼라제를 통해 구현되는데, 미국 국립 생물정보센터 웹사이트는 글라이코실트랜스퍼라제에 의한 변이가 ABO유전자에 대해 180가지 이상이 있다고 한다.
독일의 우생학이 이 혈액형에 대해 여러가지 연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우생학은 과학적 탐구보다는 유색인종에 대한 백인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논리근거로써 연구가 변질되어 버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액형에 의한 어떠한 우월성도 증명해내지 못함으로써 흐지부지 되고 만다.
그후 폐기된듯 했던 우생학에 대한 연구가 1927년 일본의 심리학자인 후루카와가 주위 사람 319명을 조사하면서 혈액형을 통한 인간의 기질 연구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또한 별다른 주목을 못 받고 묻혀버리고 만다.
이 연구는 일본의 노오미라는 작가(과학자가 아닌 작가)가 1971년에 책으로 출간했고 이때부터 혈액형으로 성격이라든지 기질을 알 수 있다고 하는 혈액형 점이 일본에서 폭발적으로 유행하게 되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과학적 연구성과 또는 통계적 분석인량 포장되고 열렬한 신자도 생겨나게 되었다.
이것은 베이컨이 말한 "시장의 우상"이자 "극장의 우상"으로 근거없는 권위에 기대어 혈액형 그 자체로 사람을 판단하게 되는 편견에 사로잡히는 우상이 되어버렸다.
인간은 매우 복잡한 동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행동 패턴은 대부분이 일정한 패턴속을 반복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일반적인 특성들만 나열해줘도 대부분이 그 범주안에 포획되기 마련이고 이것이(혈액형 점) 공통 특성을 맞췄기 때문에 정확하다고 오판하게 되고 그런 상황이 몇번 반복되다 보면 곧바로 편견으로 머릿속에 자리를 잡게된다.
인간은 시각적인 동물이다.
인지를 위해 시각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시각적인 이미지를 해독할 수 있는 기초 데이터가 필요하고, 해독된 이미지를 저장하기 위한 단순화 추상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은 주로 언어를 매개체로 동작한다.
말도 못하는 영아/유아 시절을 기억 못하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해독 및 기억을 위한 필수 기초 데이터와 매개체인 언어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반대로 해독을 위한 데이터의 범위내에서만 이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사람을 판단하고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써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다른 사람에 대해 보다 폭넓은 이해가 가능하지만, 만약 혈액형에 대한 데이터만 있다고 한다면 사람을 판단하고 이해하는데 혈액형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혈액형과 같이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적고 일부에서 개인적인 판단에 그치는 작은 우상은 얘교로 넘어갈 수 있지만, 보다 더 크고 영향력이 막강한 우상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비록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도 대항할만한 논리가 없다면 사회적 파도속에 그대로 쓸려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